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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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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6-09-16 09:18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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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정한 잠

 

어제 아침부터 계속 내리던 비가 그치자, 나무들은 푸른 새싹을 내놓고 봄맞이에 여념 없는데 새들은 서로 머리를 길게 빼고 마치 ‘세상은 내 세상이다.’

라는 듯 노래 부르기에 여념이 없고 벌써 봄의 중반에 들어섰는지 날씨는 하루가 다르게 더 따스해지고 더 포근해진 느낌이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산에서 내려오는데 후배 한 사람이 “형님들! 오늘은 저의 단골식당에 가서 소불고기에 막걸리 한 잔 어떠세요?” 묻자, 선배께서 “오랜만의

불고기에 막걸리 한 잔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일세!” 하자 옆의 일행들도 별다른 의견이 없어 식당으로 향하였는데 얼마나 산에서 내려갔을까? 후배 부인께서

 

“제가요. 며칠 전 큰일을 낼 뻔하였거든요.” “어떤 큰일을 낼 뻔하셨는데요? 혹시 술안주를 준비해 놓고 우리를 기다린다거나 하는 사고는 아니겠지요?”

“그거 비슷한 사고인데요. 며칠 전 제가 ‘소고기를 할인 판매한다.’해서 고기를 사다 양념에 저며 약한 불에 올려놓았는데 마침, 큰방 TV에서 노랫소리가

 

들리더라고요. 그래서 누가 무슨 노래를 부르는가? 하고 보았더니 제가 제일 좋아하는 가수가 노래를 부르는데 그 가수는 얼굴도 잘생긴 데다. 왜 그렇게

노래까지 잘하는지 몰라요. 그래서 노래가 끝나도록 한참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더라고요.” “그러면 그때 고기가 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해보셨어요?” “그때가 노래 최고의 클라이맥스인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겠어요? 그래서 노래가 모두 끝난 다음에 고기 생각이 나서 주방에

가 보았더니 아까운 쇠고기가 절반쯤 타버렸더라고요.” “그러면 동생에게 말씀하셨어요?” “우리 얘기 아빠가 알면 큰일 날 텐데 어떻게 말을 해요?

 

그저 했어도 안 한 것처럼 하고 있어야지요.” “그러면 제가 지금 동생에게 이르면 어떻겠어요?” “일러도 상관없어요. 그때가 언젠데 이제 와서 혼내겠어요?”

“그게 그렇게 오래되었어요? 아이고 진작 알았더라면 동생에게 이르고 막걸리 한 잔 얻어먹는 것인데 아깝다!” 이야기를 듣다 문득 아주 오래전 내가

 

직장에 근무할 때의 에피소드가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1977년 전남 신안 안좌우체국에 첫 발령을 받아 근무하기 시작한 나는 1979년 봄 전남 보성

겸백우체국으로 두 번째 발령을 받아 근무하고 있었다. 그리고 며칠 후 직원 회식이 있어 막걸리를 한잔한 나는 살며시 회식 자리에서 빠져나와 자취방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옷을 갈아입고 자리에 누워 잠이 들었는데 얼마나 잠을 잤을까? 갑자기 잠에서 깨었는데 배가 고파오기 시작하였다. 그래서 라면을 끓여

먹으려고 냄비에 물을 부어 김치를 잘라 넣은 다음 전기곤로에 올려놓고 드러누운 것이 그만 잠이 들고 말았는데 얼마나 잤을까?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묵직하면서 숨쉬기가 힘들어진 나는 벌떡 일어나 보았더니 전기 곤로에 올려놓은 냄비가 불에 붙어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었다, 그래서 다급해진 나는 우선 냄비부터

방문을 열고 밖으로 던진 다음 전기곤로도 역시 콘센트를 빼서 밖으로 던져버리고 방문도 열어 놓은 채 또다시 잠이 들어버렸다. 그리고 얼마나 잤을까? 눈을

 

떠보니 방안은 온통 음식 탄 냄새가 진동하였는데 문을 닫으면 냄새 때문에 닫아 놓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날 근무를 마치고 퇴근한 나는 우선 불에 탄

냄비부터 닦기 시작하였는데 그래도 그때는 젊어서 그런지 그리 힘들이지 않고도 깨끗하게 닦을 수 있었고 전기곤로도 역시 깨끗하게 닦은 다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날을 생각하면 조금만 조심했어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과 함께 가끔은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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