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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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6-03-11 11:12 조회5회 댓글0건관련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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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네 이야기
시골 농로 길을 천천히 걷다 양지쪽 언덕 위에 마치 포도처럼 송이송이 피어있는 하얀 아카시 꽃을 만났
다. 먹거리가 귀했던
1960년대 어린 시절, 배가 고프면 꽃을 한 움큼 따 입에 넣고 우물거리면 달착지근하면서도 은은한 향
이 입안에 가득 퍼지면서
배고픔을 달래주었는데, 지금 우리 손자에게 꽃을 따주며‘먹으라!’ 하면 과연 먹을 수 있을까? 괜히 웃
음을 씩~하고 웃어보았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끝내고 일행과 함께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선배께서 “요즘 자네 집에는 지네가 안
나타나던가?”
물었다. “저의 집이라고 왜 안 나타나겠어요? 며칠 전 싱크대 밑에서 쇠젓가락 크기의 지네 한 마리가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것을 저의 집사람이 발견하고 파리채로 있는 힘껏 내리쳤어도 죽지 않고 도망가는 것을 휴
지를 몇 겹으로
싸서 변기통에 넣어 멀리 보내버렸다고 하더라고요.” “그랬어! 그랬으면 우리 제수 씨도 상당히 용감하
시네.”
“용감해서가 아니고 몇 년 전에는 밤에 잠을 자다 무엇이 배꼽 있는 데를 꽉 무는 바람에 깜짝 놀라 일어
나 비상이 걸렸는데
가만히 들어보니 무엇이 ‘사그락! 사그락!’ 스쳐 지나가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자세히 살펴보니 커다
란 쇠젓가락 크기의
시뻘건 지네 한 마리가 급하게 도망을 가는데 방바닥이 미끄러워 빨리는 달리지 못하는 바람에 파리채
로 사정없이
내리쳐 잡았거든요. 그 뒤로 어디서 지네만 보면 기절초풍하는데 요즘은 지네가 있어도 별로 겁을 안 내
는 것이
누구 말처럼 많이 용감해져 그런 것 같아요.” “그런가? 하긴 그런 일이 자주 있으면 별로 놀라지도 않고
처리를 하게 되거든,
그런데 나는 며칠 전 밤에 잠을 자는데 무엇이 귀 뒤쪽으로 기어다니는 느낌이 들더라고 그래서 살며시
손을 올려
그것이 무엇인지 몰라도 머리 부분을 잡아 손가락으로‘꽉’ 누르니 죽은 것 같아 아무 데나 던져놓고 다
시 잠이 들었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성냥 꼴 크기의 지네가 죽어있더라고.” “그러면 물리지는 않았나요?” “그런데 엊
그제 또 귀 옆으로
무엇이 기어다니는 것 같아 왼손으로 잡았는데 처리하기가 불편해서 오른손으로 옮겼는데 그 순간 손가
락을 ‘꽉’ 물더라고.”
“그러면 가렵지는 않던가요?” “그게 성냥 꼴보다 약간 큰 지네라서 독은 없는지 별로 가렵지는 않았는
데 그래도 새끼라도
지네는 지네인데 전혀 안 가려울 수 있겠는가? 그런데 옛날에 내가 아주 큰 지네에게 물린 적이 있거
든.”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요?” “그런데 물리고 나니 어떻게 표현하기가 곤란한데 가려운 것도 같고 또 아픈 것도 같고
해서 병원에 전화했더니
‘사람에 따라서 다르기는 하겠지만 지네 독이 뱀의 독과 비슷할 수도 있으니 빨리 병원에 오셔서 해독제
를 맞는 것이
좋겠다!’해서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거든.” “정말 잘하셨네요. 그런데 지네 독
이 정말 뱀 독처럼
독성이 강할까요?” “옛날 내가 젊었을 때 감기가 들어 ‘주사라도 맞아야겠다!’하고 동네 의원(醫院)에
갔는데 어떤 사람이
다리가 퉁퉁 부은 채 문을 열고 들어오더라고, 그래서 ‘왜 그렇게 되었냐?’ 물었더니 ‘밭에 일을 하러 가
려고
장화를 신었는데 무엇이 따끔해서 벗어보니 커다란 지네 한 마리가 나오더라는 거야!’ 그런데 시간이 얼
마 되지도 않았는데
발이 퉁퉁 부어올라 급하게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달려왔다고 하더라고.” “그런 것을 보면 지네 독도 그
리 만만한 게
아닌 것 같네요.” “매년 여름만 되면 찾아오는 불청객 지네가 사람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괜찮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하고 자꾸 여기저기서 물리는 사고가 발생하니 그것도 큰 문제일세!”
누구 네 집 지붕 위의 참새들은 무슨 이야기를 저렇게 신나게 하고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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