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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하는 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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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0-02-01 17:51 조회5,4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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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끼리 하는 김장​

 

어젯밤 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동장군(冬將軍)이 밤새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뿌려놓은 하얀 서리가 동녘의

 밝은 해가 떠오르면서

사르르 녹으며 사라져버리자, 하늘에서 내리는 잔잔하고 고운 햇살은 ‘정말 겨울 날씨가 이래도 될

까?’할 정도로 따사로운

 

봄날을 연상시키듯 무척 포근하기만 한데. 마을 뒷산의 까치들은 무엇이 못 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깍

​~깍~깍!”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우체국(郵遞局)에서 공과금(公課金)을 납부하고 집으로 돌

아오고 있는데

 

길 밑 넓은 밭에서 마을의 선배(先輩) 부부(夫婦)가 배추를 수확하고 있었다. “형님! 수고가 많으시네

요. 그런데 금년

배추 작황(作況)은 어떤가요?” “어째 작년만 못한 것 같네!” “왜요? 여기서 보기에는 아주 좋아 보

이는데요?”

 

“겉보기는 좋은데 속이 별로 안찬 것 같거든! 이렇게 들어보면 속이 꽉 찬 배추는 묵직하니 그런데 속

이 안차서 그런지

가볍디가벼워. 그런데 자네 김장은 했는가?” “저는 엊그제 했어요.” “그랬어? 정말 잘했네! 이제 머

지않아 날도 추워질 텐데.

 

그런데 누구랑 했는가?” “저의 집 사람과 저하고 둘이 했지 또 누가 올 사람이나 있겠어요.” “자네

 처제(妻弟) 그리고

장모님도 가까운 곳에 계시니 부르지 그랬는가?” “처제는 부르면 오겠지만 요즘 인터넷에 절인 배추를

 판매하거든요.

 

그러니 배추 수확하랴, 소금에 절 기랴, 깨끗한 물에 씻으랴, 박스에 넣고 포장하랴, 정신없이 바빠서

 오히려

우리가 도와주어야 할 형편인데 어떻게 오라고 하겠어요? 그리고 장모님은 이제 90살이 다되셨는데 도와

주기나 하겠어요?

 

그냥 놀러나 오신다면 몰라도.” “그러면 자네 며느리들이라도 부르지 그랬는가?” “부르면 오겠지만

 둘 다 애기들이 딸려있는데

쉽게 오기나 하겠어요? 이제 손자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다닌다면 그때는 부르겠지만.” “정말 그러

시겠네!

 

그러면 금년에는 몇 포기나 했는가?” “저의 집 사람이 했으니 잘 모르겠지만 아마 40포기쯤 될 거라고

 하데요.”

“40포기쯤 될 거라고?” “그게 속이 꽉 찬 배추도 있고 또 그렇지 못한 것도 있고 그러다보니 이걸 소

금에 절여놓으니

 

몇 포기나 되는지 감이 안 잡히더라고요.” “그랬어? 그러면 자네도 절인 배추에 양념 비비고 그랬는

가?” “김장하는 사람이

당연히 비비고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한답니까?”했더니 형수님 눈치를 슬쩍 한 번 살피더니 낮

은 목소리로 “할 만하던가?”

 

묻는다. “그게 할 만하고 말고가 어디 있겠어요? 그냥 하면 하는 거지, 그런데 그건 왜 물으세요?”

 “재작년까지만 해도

우리 집에 김장을 하면 마을 아주머니들이 총 동원돼서 했거든, 그러다보니 사람들이 많아 시끄럽고, 무

엇을 어떻게 했는지,

 

양념은 제대로 넣었는지, 정신이 없는데다, 언제 한 번은 김치 소에 젓갈도 넣지 않고 그냥 버무렸는데

 나중에 보니

그게 나와서 곤란을 겪기도 하였고, 수고해준 사람들 밥해줘야지, 또 김장했단 집에서 그 사람들 갈 때

 그냥 보낼 수 없으니

 

김치라도 몇 포기 싸줘야지, 나중에 또 품 갚아야지, 그러다보니 낭비가 너무 많은 것 같아! 그래서 작

년부터 남들 오란 소리 안하고

우리 집 사람과 나, 그리고 며느리 둘과 딸하고 사위까지 가족끼리만 김장을 했거든, 그러다보니 세상

 조용하고,

 

또 밥해서 대접할 일도 없는데다, 가는 사람 김치도 안 싸줘도 되니, 김장을 예년의 절반 정도만 해도

 우리 식구는

충분히 먹고도 남겠더라고.” “그러면 금년에도 그렇게 하실 계획이세요?” “아마도 그래야 될 것 같

아! 그리고 어쩌겠는가?

 

조금 힘 들더라도 자네 형수가 시키는 대로 하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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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정지용-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푹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하니 눈 감을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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