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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쾌 때문에 생긴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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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19-12-21 15:54 조회1,67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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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괘 때문에 생긴 일

 

가을이 깊어가면서 길가에 아름답게 피어나 바람에 한들거리던 하얀, 분홍, 붉은색 코스모스는 어느새

 모두 다 져 버렸지만,

하늘에서 내려오는 밝고 따스한 햇살이 골고루 퍼지면서 양지바른 시골길 한쪽에 피어있는 하얀 들국화

가 지나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미소를 보내는데 누구와 어떻게 싸웠는지, 머리가 몽땅 빠져버려 호호 백발 할머니로 변해버린

 억새 아가씨는

무엇이 못 마땅한지 계속 머리를 흔들어대고 있었다. 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 산행(山行)일이어

서 약속된 장소에 모여 산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정상(頂上)에서 내려오고 있는데 어디선가~~예초기로 풀 베는 소리가 들려와 고개를

 돌려보니 도로에

그리 멀지 않는 곳에서 노부부(老夫婦)가 조상님 산소(山所)에 벌초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

을 보던 후배(後輩)

 

왜 벌초를 추석(秋夕) 때 하지 않고 이제야 할까요?”물었다. “명절 때는 바빠서 못 할 수도 있지 않겠

는가? 그러면 지금 한다고 해도

잘못된 것은 아니니 괜찮은 거야.” “그래도 남들은 진작 끝이 났는데 이제야 벌초를 하면 새삼스럽지

않을까요?”

 

물론 새삼스럽기는 하겠지! 그러나 하지 않는 것 보다는 이렇게 늦게라도 하면 내년 여름 잡초가 자랄

 때까지는 깨끗하니 좋지 않겠는가?

그리고 벌초는 꼭 추석 명절 때만 하는 것은 아니고 산소에 풀이 많이 자라나 보기 싫으면 시간 있을 때

 마다 하는 것이 좋은 거야!”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하자 옆에 있던 선배(先輩)께서 그란디 산소를 둘레석으로

돌리고 앞에 상석(床石)도 놨는데

양 옆에 망주석(望柱石)이 없응께 무엇인가 빠진 것 같이 쫌 써운하네!”하자 옆의 후배가 산소 벌이

 좁으니 그걸 세울 자리가

 

마땅치 않아 못 세웠을 수도 있겠네요. 그런데 저는 어머니 산소에 그걸 세웠는데 그 아래쪽 묘의 주인

이 그것 때문에

아들이 교통사고가 나서 죽었으니 손해배상을 하라는 통에 혼이 났어요.”하며 어처구니없는 웃음을 웃

는다. “아니 망주석 때문에

 

교통사고가 나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저의 어머니 산소에 석물(石物)이 아무것도 없어 조금 서운하

더라고요.

그래서 숙부(叔父)님과 상의해서 상석과 망주석을 세웠거든요. 그리고 몇 달이 지났는데 그 아래쪽에 있

는 묘의 주인이

 

저의 작은 아버지를 찾아와며칠 전 우리 작은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내가 용하다는 점쟁이를 찾

아가 점()을 쳐보니

우리 산소 위에 있는 묘에 망주석을 세워 그것 때문에 사고가 났다! 는 점괘가 나왔다. 며 손해배상을

하라!’는 데

 

정말 황당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는가?” “작은 아버지께서법원(法院)에 진정을 내던

지 경찰에 고발을 하던지

당신 맘대로 하라!’고 했다 네요. 그리고 제가 실제로 읍내파출소(邑內派出所)에서 상담을 해 봤거든

.” “거기서는 무어라고 했는데?”

 

담당 경찰관께서 내 이야기를 자세히 듣더니 빙그레 웃으며아마 그 사람들이 돈이 필요한 것 같은데

 어디서 나올 곳이 없으니까

선생님에게 떼를 쓰는 것 같습니다.’하면서 어디 세상에 망주석을 세웠는데 아들이 죽었다면 누가 믿

겠습니까?

 

그리고 만약에 점치는 사람 말을 믿고 손해 배상을 해 준다는 법()이 있다면 무슨 사고(事故)만 나면

 그 사람들을 찾아가

무엇 때문에 사고가 났는가 알아 봐서 아무에게나 손해 배상하라고 청구할 것 아닙니까? 그러면 이 사회

가 무엇이 되겠습니까?

 

그래서 역술가의 점괘, 꿈이나 상상속의 이야기 같은 실제로 타인에게 손해를 입히지 않는 것에 대해서

배상을 하지 않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습니다.’라고 설명해 주더라고요."993B3E4B5DFDBE0133EDD1

전남 보성읍 관주산에서 촬영한 가을 단풍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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