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중 제일 좋은 운동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자 언제부터 내렸는지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는데, 건너편 집 마당 한구석에 갈바람에 옷을 모

두 벗어버린

감나무가 꼭대기에 마지막 남은 단감 하나를 매달고 내리는 겨울비를 흠뻑 맞으며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이 비가 그치

고 나면

아무도 모르게 겨울이 우리 곁에 찾아와 살며시 웃고 있겠지?’생각하니 마음이 착잡해진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천

천히 내려오는데

“형님 오랜만이네요.”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가 나를 보고 활짝 웃고 있었다. “그래 동생 정말 오랜만일

세!

그런데 요즘 퇴직하고 무엇하고 지내는가?” “퇴직한지 몇 개월 밖에 안 되었기 때문에 조금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더라

고요.

그래서 집에서 그냥저냥 지내고 있어요.” “그러면 농사 같은 것은 없고?” “시골에 부모님이 짓던 논하고 밭이 조금 있

기는 한데

아직 농사일은 하고 싶은 생각이 없더라고요.” “그러면 산에는 잘 다니고 있는가?” “제가 제일 좋아하는 것이 산행(山

行)인데

산에라도 잘 다녀야하지 않겠어요?” “그러면 최근에 어디 산에 다녀왔는데?” “영암 월출산을 다녀왔는데

역시 명산(名山)이라서 그런지 좋기는 하더라고요.” “고생하셨네! 그런데 오래전에 누구에게 자네 몸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지금은 어떤가?” “지금은 많이 좋아졌어요.” “그래! 그렇다면 정말 다행일세. 그런데 어디가

안 좋아서

그렇게 고생을 했던가?” “처음에 허리가 묵지근한 느낌이 들면서 점점 아파오는데 나중에는 움직이기조차 힘들더라고

요.”

“그래서 바로 병원으로 갔던가?” “병원에 가서 x-ray 촬영을 해보니 어디가 안 좋은지 안 나타나더라고요.” “그럼 어

떻게 했던가?”

“그런데 친구들이‘광주에 허리를 전문으로 치료하는 큰 병원이 있으니 그곳으로 가라!’추천을 해서 갔더니 MRI 촬영을

 해 보더니

‘지금 빨리 수술을 해야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수술을 했던가?” “그런데 누구 말을 들으니‘절대 수술하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어떻게 했던가?” “그래서‘수술은 절대 받기 싫으니 제발 수술만 받지 않고 치료할 수 있는 방

법을 알려 달라!’고

사정했더니 세 가지를 알려주더라고요.” “그 세 가지가 무엇인데 ?” “첫 번째는 많이 걷기, 그리고 두 번째는 수영 같

은 운동,

그리고 세 번째는 자전거를 타는 것도 허리에는 많은 도움이 되는데, 하여튼 시간이 있는 대로 운동을 많이 하라고 하더라

고요.”

“그럼 그렇게 했던가?” “그래서‘자전거 타는 것이 허리에 좋다고 하니 우선 그걸로 한 번해보자!’하고 한 대 구입하

여

몇 개월 타고 다녔는데 어느 날 우리 아들이‘나 자전거 좀 타고 학교에 다녀올게!’하더니 아예 그걸 뺏어 타고 다니는데

​ ‘내 놓으라!’고 할 수도 없어 그냥 뺏기고 말았거든요.” “그럼 어떻게 했던가?”

“그래서 수영을 해보면 어떨까? 생각해 봤는데

그때는 아직 가까운 곳에 수영장을 개장하지 않았을 때라 그래도‘제일 쉽고 돈도 들지 않는 것이 걷는 운동 같다!’는 생

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걸었던가?” “그랬지요. 걷는 운동이야 무슨 특별한 기구를 구입할 필요도 없고 그렇다고 돈도 들어가는

 것도

아니어서 하여튼 틈만 나면 부지런히 걸었거든요.” “그러면 지금은 어떤가?” “옛날에는 걸음을 걷다보면 가끔 왼쪽 다

리에서

‘절~절~절!’하는 느낌이 들면서 다리가 저리고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은 모두 사라지고 또 웬만히 높은 산에 다녀와도

별로 피곤한 줄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느낀 것이‘역시 운동 중에서 제일 좋은 운동은 걷는 운동이다!’는 생각이거든

요.”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읍 관주산 정상에서 촬영한 솔바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