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회

정우회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문인 광장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1-02 13:21 조회1,815회 댓글2건

본문

왜 그렇게 멍청했을까?”

 

엊그제부터 불어대기 시작한 강한 바람은 노란, 빨강, 분홍의 고운 단풍이 들어 울긋불긋 변해가는 숲속의 나무들을 흔들

,

간지럽히고, 못살게 굴면서 몇 장 남아있는 나뭇잎마저 기어이 뺏어버리려는 듯 계속 괴롭히는데 길바닥에 떨어진

 

나뭇잎 몇 장 구르고 또 굴러 바람이 들지 않은 양지쪽 귀퉁이에서 안도의 한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내려오면서 선배에게 여기저기 수북하게 쌓여있는 나뭇잎을 가르치며 형님! 옛날 같으면 저렇게 낙엽이

 쌓여있으면

 

나무하려고 모두 다 긁어갔겠지요?”하였더니 그렇지! 저건 오리나무 잎인데 저런 것은 긁으면 뻣뻣해서 깍지가 잘 안쳐

지거든.”

그러면 어떻게 하셨어요?” “그럴 때는 소나무 잎을 긁어 함께 섞어 깍지를 치면 되는데 그렇게 하려면 나뭇잎을 많이

 긁어야하니까

 

힘이 더 들었지.” “그러면 나무를 많이 하러다니셨나요?” “그랬지! 그 시절만 하더라도 봄부터 가을까지 농사를 짓고

 나면

겨울에는 농한기라 할 일이 없거든 그래서 심심하니까 노름판에 기웃거리든지 아니면 지게를 짊어지고 나무하러 다녔는데

 

그것도 상당히 큰 고생이었어.” “그러면 어디로 가셨는데요?” “자네 예재라고 들어봤는가?” “예재라면 보성군(寶城

)

화순군(和順郡)의 경계에 있는 산 말씀인가요?” “그렇지!” “여기서 예재까지 상당히 먼 거리인데 거기까지 가려면

 

아침 일찍 출발하셨겠네요.” “그 시절에는 시계가 귀한 세상이니 정확히 몇 시였는지 알 수 없으나 아마 새벽 5시나

 

6시쯤 되었을 것 같거든, 지게에다 나무를 자를 수 있는 톱과 낫 그리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동네 사람 서너 명이 함께 출

발해서

 

예재를 향해 계속 걷다보면 지금 명봉 역() 근처를 지나면 날이 환하게 밝거든.” “거기서도 한참을 가셨겠네요.”

 

그렇지! 더군다나 그때는 겨울이니까 날이 빨리 저물거든 그래서 서둘러 산에 도착해야만 나무를 해서 해가 저물기 전

   

집에 도착할 수 있으니까 어디서 한가하게 쉬어갈수도 없었어.” “그러면 나무는 많이 있던가요?” “다른 산 보다

나무도 많을 뿐 아니라 거기는 지키는 사람이 없으니까 마음 놓고 할 수 있으니 고생은 되더라도 멀리 가는 수밖에 없었

.”

 

그러면 가까운 산에서는 전혀 나무를 할 수 없었나요?” “가까운 산에는 주인이 지키고 있을 뿐 아니라 주인 없는 산에

먼저해가는 사람이 임자니 너도나도 서로 하려고 야단이니 나무가 남아났겠는가?” “그러면 예재에서는 주로 무슨 나무를

 하셨어요?”

 

거기서는 낙엽을 긁는 가리나무보다는 죽은 나무를 베어오는 장작을 했는데 지게에 한가득 올려 끈으로 잘 묶은 다음 지

고 오는데

처음에는 가볍게 느껴지던 지게가 어느 순간부터 무거워지기 시작하네.” “아무래도 무거운 걸 지고 오다보면 힘이 빠지

니 그랬겠지요.”

 

그래서 한참지고 오다 정 힘이 부치면 위에서 장작 몇 개 빼내 신작로에 던져 버리고 지고와!” “그러면 나중에 혹시

 

그걸 찾으러 가셨나요?” “그 시절에는 모든 것이다 귀했던 시절인데 길가에 그게 떨어져 있으면 놔두었겠는가? 먼저 본

 사람이 임자지.”

 

그러면 한 개씩 던져버리고 집에 돌아오면 얼마나 남던가요?” “거의 31쯤은 던져버렸던 것 같거든 지금 생각하면

왜 그렇게 멍청했는지 처음부터 적당히 지고 왔더라면 힘도 덜 들었을 것이니 고생도 덜 했을 텐데 왜 그렇게

 

몽땅해서 지고 왔는지 참! ! ! !” “멍청해서 그랬겠어요? 사람이 하다보면 저부터라도 당연히 그렇게 했을 것 같

은데요.”

그런데 그때는 그렇게 어렵고 힘들었던 일들이 왜 지금 생각하면 아름답고 재미있게 느껴질까?”

beb2005d6b4095414bbd12e9167de151_1609561211_41.jpg
​지난 2020년 12월 31일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 관주산에는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댓글목록

서충렬님의 댓글

서충렬 작성일

재미 있네요 새해에도 건강하시고 모든일 성취하세요....

류상진님의 댓글

류상진 댓글의 댓글 작성일

고맙습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