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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욕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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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1-09 16:08 조회1,79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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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욕심

 

엊그제겨울로 들어선다!’는 입동(立冬)이 지났는데도 아직 날씨는 가을에서 머물고 싶은지 하늘에서 내리는 따스한 햇

살이

온 누리에 골고루 퍼지면서 멀리 보이는 산에는 노란, 붉은색 단풍이 들기 시작하고 하얀 머리를 곱게 빗은 억새아가씨 지

나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인사를 건네는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고양이 한 마리 따뜻한 양지쪽 볏짚위에 드러누워 한가로운 낮잠을

즐기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천천히 내려오는데 반대편에서 잘 아는 선배 두 분이 올라오고 있어 형님들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

?”

 

인사를 건네자 동생 정말 오랜만일세! 그동안 잘 계셨는가?” “저야 항상 잘 있지요. 그런데 누구에게 들으니

형님 농장을 파셨다는 이야기가 들리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요?” “그 말은 누구에게 들었는가? ‘발 없는 말 천리 간

!’더니

 

소문이 정말 빠르네!” “농장을 파셨으면 심심해서 어떻게 하려고 그걸 파셨어요?” “나도 그걸 염려하기는 했는데 그래

도 팔고나니

이렇게 시간 내어 산에도 올 수 있어 좋지 않은가? 그래서 말도 못하게 서운하지만 한편으로는 오히려 잘했다는 생각도 들

거든.”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다행이네요. 그러면 앞으로 계획은 있으세요?” “특별한 계획이 있다기보다 앞으로 산에 자주 다

닐까

생각중일세!” “그럼 저와 같이 다니실까요?” “아니 내가 말하는 산은 자네가 매일 다니는 그런 곳이 아니고 시골에 내

 

옛날에 부모님 돌아가시면 모시려고 사 놓은 산()이 하나 있거든, 그래서 거기다 조그만 밭을 하나 만들어 약초 같은 걸

 심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 “약초라면 무엇을 말씀하시는데요?” “그게무엇이다!’라고 딱 잘라 말하기 그렇지만

 쉽게 말해

 

도라지, 더덕, 당귀나 백하수오 같은 걸 심어보면 어떨까? 생각중일세!” “기왕에 약초를 심으려면 산양삼 같은 걸 심으

면 어떨까요?”

그것도 생각해 봤는데 그걸 재배하려면 가까운 곳에 사람이 거주하면서 해야지 그렇지 않으면 멧돼지 같은 산짐승 때문

 

하루아침에 쑥대밭이 되어 버릴 수도 있겠더라고 그러니 지금부터는 옛날처럼 욕심 부리지 않고 편안하게 약초 농사를 지

어볼까

그런 생각이거든.” “형님 말씀을 들어보니 정말 그러네요. 그런데 형님 부모님은 건강하신가요?”하고 옆의 선배에게 물

었더니

 

욕심이 조금 많아서 그렇지 지금도 건강하신 편이야!” “욕심이 많다니요. 그건 또 무슨 말씀이세요?” “엊그제 토요

일 날

집에서 쉬고 있는데 전화가 왔어 그래서무슨 일이세요?’ 물었더니 우리 친구 집에 두릅나무가 많은데 그걸 좀 파왔으

면 좋겠다.’

 

해서갑자기 무슨 두릅을 파려고 그러세요?’ 물었더니 작년에 그걸 심은 사람들은 노다지를 캤단다. 그래서 내년에는

  나도 심어보려고 그러는데 그러려면 나무를 파와야 되지 않겠냐? 그러니 일요일 날 나랑 같이 우리 친구 집에 가서 조금

 파오자!’

 

하시더라고.” “그럼 파오려고 가셨어요?” “파려고 갔는데 나무가 굉장히 크고 통통하더라고 그러다보니 힘도 많이 드

는데

죽기 아니면 살기로 그걸 파다 옮겨 심었는데 누구 말을 들으니 그건 꺾꽂이를 해도 잘산다고 하더라고.” “여기 산 밑

 도로의

 

오른쪽으로 가시면 정면으로 마주치는 곳에 밭이 있거든요. 거기에 금년 봄에 꺾꽂이해서 심어놓은 게 있는데 이따 내려가

시면서

한번 둘러보세요. 그런데 형님 아버님 연세가 상당히 많으실 텐데 이제야 힘든 농사를 지으려고 하실까요?”

 

금년에 90세가 넘으셨는데도 그렇게 욕심이 많으시거든, 그냥 이런저런 욕심 없이 편안하게 사시면 정말 좋겠는데 못하

게 말릴 수도 없으니 그저 안타까운 마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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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1년 1월 6일부터 제가 살고있는 전남 보성에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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