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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울음 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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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기석 작성일21-02-24 20:32 조회1,76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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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울음 소리

- 단상 (斷想)

 

태평양 전쟁을 종식 시킨 원자폭탄 투하,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두 도시는 온통 아비규환 폐허가 되었다.

아무것도 살아남지 못해, 동물이든 식물이든

불모지가 되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그 폐허의 땅에서 제일 먼저 고개를 내민 것은

어성초(魚腥草)이다.

그 엄청난 생명력, 지금 어성초가 수난을 당하고 있다.

사람들이 그 질긴 삶의 힘을 얻으려 모두 뜯어가,

고개를 들 수가 없을 지경이다.

어성초로선 큰 재앙을 맞은 것이다.

 

참 어리석은 어성초,

조금만 더 기다리지 왜 그렇게 일찍 나와 수난을 격고 있나.

원자폭탄은 당해 냈지만, 그 모진 사람의 삶에 대한

무한의 탐욕은 피하지 못하고,

눈에 띄는 족족 모가지가 잘리고 있는가.

 

얼마 전, 그러니까 우수를 며칠 앞두고,

우암산 광덕사 뒤쪽 물 논에,

개구리가 여기저기서 목청이 터져라 울어대기 시작했다.

흔히 경칩이 지나야 나온 다는 개구리.

철 잃은 개구리가 절기도 모르고 서로 짝을 찾아,

알을 낳아 물속에 몽글몽글 보인다.

 

그 며칠 동안 봄 날씨같이 따뜻했다.

그래서 개구리가 경칩이 지난줄 알고 나와,

서로 짝짓기를 한 모양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그 생과 사를 본능에 따라 오직 날씨에

맡기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봄이 왔나 싶었는데 우수가 지나고 며칠 후,

또다시 갑자기 전국에 한파경보가 내리고,

기온이 영하로 곤두박질 쳐,

얼음이 얼고 다시 동장군이 온 산야를 휩쓸고 있다.

 

개구리의 운명은 살피지 않아도 자명하다.

또 그 알 꾸러미는 어찌될꼬.

 

무엇이든 넘치는 것은 모자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過 不如 不及)

또 넘치는 것은 그 해로움이 모자람과 같다는 말도 있다.

(過猶 不及)

모두 선인들의 옳은 말이다.

여기서 넘치는 것은 우리들의 빨리빨리와 같은 말로

비춰진다.

 

그러니

날고 길 때를 알고 멈추고 쉴 곳을 알아 차려야 한다.

짧다면 짧고 길 다면 긴, 우리네 인생살이.

뭐가 그리 급 한 고,

쉬엄쉬엄 때와 장소를 가려가며 차곡차곡 살아가면

어떨까.

 

관련 고시조

잘 가노라 닫지 말고 못가노라 쉬지 마라

부디 긋지 말고 촌음을 아껴스라

가다가 중지 곧 하면 아니 감만 못하니라.

 

 

* 어성초 (魚腥草) - 만병통치 약초라 하여 재배도 하고

인기가 대단한 풀, 그러니 자연히 자유도 잃고

목숨도 잃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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