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꿔놓은 세상

‘꼬~끼~오!’엊그제까지도 늘씬한 몸매를 자랑하던 하늘의 달님이 오늘은 오동포동한 아가씨로 변하여, 어제 밤을 지키느

라

피곤에 지쳐 꾸벅꾸벅 졸고 있는 가로등을 자꾸 흔들어 깨우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장 닭들의 힘찬 외침 소리에 깜짝 놀랐

는지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얼른 구름 속으로 숨어버렸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을 하고

 있는데

“일찍 오셨네요.”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 부인 두 분이 빙긋이 웃고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오셨네

요.

그간 별고 없으셨어요?” “우리 집이야 무슨 일이 있겠어요? 요즘 여기나 저기나 코로나19 때문에 야단이니 그 병만 없어

지면 정말 좋겠어요.”

“그러니까요. 겨울이 되면 확진 자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지 알았는데 날이 가면 갈수록 더 많아지니 정말 큰일이네요.

그러다보니 결혼식을 마음대로 할 수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람이 죽어도 장례식도 제대로 치를 수 없으니 무슨 병도

  그런 병이 있는지 정말 답답하네요.”

“엊그제 저의 작은 집 동생은 작년 초가을에 딸 결혼 날짜를 잡았는데 하필

그때 수도권 코로나19 확진 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바람에‘10인 이상 집합금지!’조치를 내려 할 수 없이 식을 연

기했거든요.

그런데 지난 12월 19일이 날짜인데 또 2,5단계 조치 때문에 이상한 결혼식을 하게 되더라고요.” “이상한 결혼식이라면

어떻게 했는데요?”

“‘그날 2,5단계 조치 때문에 사람들이 모이면 안 되니까 참석하지 말아 달라!’고 전화가 왔어요. 그래서 ‘그럼 한 번

더 연기해서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그때하지 그러냐?’고 했더니 ‘지난번에도 했는데 어떻게 또 연기를 하겠냐?’면서‘만약에

그날 예식장에서 못하게 한다면 길거리에서라도 끝을 내겠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무사히 끝냈답니까?” “엊그제

 전화를 해보니

사람을 오지 못하도록 했기 때문에 신랑, 신부 양측 가족들만 모여 그야말로 간단하게 사진만 찍는 것으로 식을 마쳤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그렇게라도 끝내서 다행이네요.” “그러니까요. 제가 아는 누구네 집은 시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손님들을 받을

 수가 없으니

우선 시신(屍身)을 화장해서 장사(葬事)를 치른 다음 코로나가 약간 주춤한 틈을 타서 손님들을 받았다고 하데요.

정말 그렇게 해도 되는 것일까요?” “요즘은 쓰는 것이 법(法)이라는데 어떻게 한들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는다면 그게

흉이 되겠어요?”하자

옆의 형수께서 “요즘 같은 때는 사람들을 못 모이게 하니 아프기도 겁나고 죽기는 더 겁나는 세상이드라고,”

“사람이 죽어도 모일 수가 없으니 그렇겠지요?” “그런데 제사 때도 사람들을 모이지 말라고 하니까 그게 문제더라고

요.”

“어떤 점이 문제가 되는데요?” “내가 아는 누구네 집은 얼마 전 시부모 제사였는데 제사를 큰아들이 모시는 게 아니고

제일 막둥이 아들이 모신다고 그러데!” “왜 그럴까요?” “그게 처음부터 그랬던 게 아니고 재작년부턴가 큰아들이 애기

 엄마와

‘같이 사네! 못 사네!’계속 부부싸움중이라고 그러데! 그런데 부모 제삿날이 돌아오니 제일 막내 제수에게 부탁을 했던

 모양이더라고요.”

“그러면 잘 모셨다고 하던가요?” “재작년에는 그래도 형제들이 모여 음식도 장만해서 모셨는데 작년에는 사람들을 모이

지 못하게 하니

형제들이 안 모이는 거야! 그러니 막내 제수가 좋아라고 하겠어요? 혼자서 이것 하랴 저것 하랴

죽을 고생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고 보니 코로나19가 사람 사는 모습까지도 바꿔놓은 것 같거든요.

어서 빨리 그 병이 종식되어 옛날처럼 오손도손 살았으면 정말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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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보성읍 관주산 정상에서 누군가 심어놓은 골든크로커스라는 꽃이 예쁘게 피어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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