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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쓸쓸했던 설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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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03-27 14:24 조회1,8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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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쓸쓸했던 설날

 

오늘 밤에는 강한 바람과 함께 많은 눈이 내리겠으니 도로 결빙으로 인한 미끄럼에 주의하시고 수도 동파 등 피해 예방

만전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아침에 창문을 열자 어젯밤 많은 눈이 내려 사방이

 온통

 

하얀 은세계로 변해있었다. “내일 모레면눈이 녹아 물이 된다!’는 우수(雨水)인데 아직도 동장군(冬將軍)우리

 곁을 떠나기 싫은 것일까? 이제 그만 떠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우체국에서 택배를 하나 보내려고 순서를 기다리는데 누군가 등을 가볍게! !’두드리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

니 잘 아는 선배 한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나는 항상 잘 있어! 설을 잘 지내셨는가?” “그럭저럭 지내기는 했는

금년 설은 명절이라고 하기는 조금 그렇게 지냈네요. 형님은 어떻게 지내셨어요?” “나도 그냥 그러네!”하며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지만 어깨 너머로 쓸쓸함을 감출 수가 없는 모습이었다. “자네 산소에는 다녀왔는가?” “다녀오

기는 했는데

저의 동생과 함께 가만히 산소에 가서 절만하고 숙모님은 찾아보지도 못하고 그냥 왔네요.” “자네 숙모님은

 

나이가 상당히 많으실 텐데?” “금년에 96세이시니 살아계실 때 한번이라도 더 찾아뵈어야 하는데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5명 이상 모이지 말고 될 수 있는 대로 친지를 찾아다니지 말라!’는데 그럴 일은 없겠지만 숙모님을 뵙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안 되니까 혹시라도 우리가 산소에 다녀간 줄 알면 서운하게 생각할 수도 있어 그저 조용히 다녀왔는데

  영 마음이 편치 않더라고요.” “그러게 말일세!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되려고 이런 이상한 병이 자꾸 생겨 사람들을 마

음대로

 

만나지도 못하게 하는지 그저 답답한 심정일세!” “그러나 어쩌겠어요? 우리가 지킬 것은 지켜야 병도 빨리 사라진다고

 하니

정부를 믿고 따르는 수밖에 더 있겠어요? 그런데 산소는 다녀오셨어요?” “다녀오기는 다녀왔는데 자네도 알다시피

 

평소에는 형제들이나 애기들 조카들 모두 우리 집에 모여 아침에 제사를 모신 다음 다 같이 산소에 가서 성묘를 하고 왔는

이번에는 광주에 있는 동생이나 부산에 사는 동생도 우리 집에 오지도 못하고산소에 들렸다 그냥 간다!’고 전화가 왔

!

 

그리고 우리 애기들이나 조카들에게도 지난번에 전화해서이번에는 서운하지만 집에 오지 말아라!’고 해 놨더니 안 왔는

문제는 아침에 혼자서 제사를 모시려니 영 마음이 편치가 않네!” “정말 그러셨겠네요.” “그리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조금 이상한 이야기 같지만 식구들이 모두 모일 때는 제수씨들이나 질부들이 모두 달려들어 반찬도 장만하고 또 한쪽에서

나이 어린 손자들이 노래도 부르고 춤도 추고하면 세뱃돈도 나눠주고 하니 북적북적 사람이사는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아무도 못 오게 했으니 누가 반찬은 만들고 누가 무슨 이야기나 하겠는가? 그러니 사람이 아무도 안사는 집처럼

 썰렁하기만 해서

눈물이 나려고 그러더라고.” “그러니까요. 그래서 결국 형수님 혼자 고생을 많이 하셨겠네요.” “그랬지! 그러고 나니

 

이건 설도 아닌 것 같아서 자네 형수가내가 시집와서 첨으로 진짜 쓸쓸한 제사를 모셔 보요.’글드라고 지난번 추석 때

사람들을 못 모이게 해서모두들 오지 마라!’고 했는데 설에도 이러니 이게 언제쯤 병이 끝나게 될까? 아직은 기약이 없

제 잉?”

 

이제 백신이 나오기 시작해서 의료진부터 접종을 실시한다고 그러고 또 치료제도 생산되기 시작했다니 머지않아 끝나겠지요.

우리 그때까지 마스크 잘 쓰고 조금만 더 조심하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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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게 찾아온 봄은 명자 꽃을 예브게 피워내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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