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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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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1-10-16 14:00 조회2,310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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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 새들?

 

대서와 처서 사이에 있는 24절기 중의 하나로 가을로 들어선다는 입추(立秋)가 지났으나 붉은 태양은 오늘도 쉴 새 없이 폭염을 사정없이 쏟아 부으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지만들녘의 벼들은 어제 보다 조금 더 누렇게 변해 고개를 숙이고가을 잠자리 몇 마리 천천히 푸른 하늘을 비행하며

 

가을이 가까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마을 형님 두 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아파트 모퉁이를 돌아섰는데 비둘기 서너 마리가 담벼락에 기대어

세워놓은 참깨 다발 사이에서 바닥에 떨어진 참깨 알을 주워 먹고 있었다그리고 그걸 본 형님께서워이~”쫓는 시늉을 하자후다닥~’

 

재빨리 건너편 전기 줄 위로 날아가 앉더니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그러자 건너편 그늘에서 고추를 다듬고 계시던 마을 형수님께서

아니 멋을 그라고 쫓아싸?” “참깨가 바닥에 떨어지니 비둘기들이 다 주워 먹고 있네요.” “그래 잉그것들이 거가 묵을 것이 있는지

 

우추고 알고 와서 그라고 주서 묵어 부까?” “원래 새들의 눈에는 먹을 것만 보이게 되어 있거든요그러니 날아다니면서도 먹잇감이 있으면

바로 오게 되어 있어요.” “그래 잉그라문 으째사 쓰까여가 한종일 앙거서 새들 못 오게 지키고 있을 수도 읍는디.” “혹시 망 같은 건 없으세요?

 

비둘기나 다른 새들이 침범하지 못하도록 망을 씌워 놓으면 괜찮을 텐데요.” “있기는 있는디 기럭지가 째깐해서 그냥 바닥에 깔았는디 소용이 읍네 잉!”

그러면 바닥에는 다른 포장을 깔고 참깨 대를 눕힌 다음 망이 짧더라도 그 위로 덮어 놓으세요.” “대차 그래야 쓰것네 잉올해는 그래도 아직까지

 

태풍도 읍고 날씨가 가물고 그랑께 깨가 참 잘되었드만 써근노무 비둘기들이 다 빼서 묵어 불라고 달라듬서 사람을 성가시게 해 쌓네!”

그러게요그래도 어쩌겠어요새들이 먹지 못 하도록 사람이 조심해야지요.”하고 전깃줄의 비둘기를 쳐다보았더니 여전히 다른 곳으로

 

날아갈 생각이 없고 사람들이 다른 곳으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았다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배께서어떻게 된 일인지 요즘 비둘기들은

통 사람 무서워할 줄 모르는 것 같더라고그리고 갈수록 교묘하게 농작물 피해도 입히고 말이야.” “어떻게 피해를 입히는데요?”

 

요번 날 고추밭에서 붉은 고추를 따고 있는데 이상하게 고추 끝이 부러져 있는 게 여러 개가 보이더라고.” “끝이 부러져요?

누군가 일부러 밭에 들어가 부러뜨리지는 않았을 텐데 왜 그런 일이 생겼을까요?” “그런데 비둘기 소행인지 아니면 까치 소행인지 잘 모르겠으나

 

고추 끝을 부리로 쪼아 끝이 부러지면 씨를 빼 먹은 것 같더라고.” “새들도 갈수록 진화를 하는 모양이네요작년까지만 해도 그런 일이 없었는데

금년에는 또 교묘하게 고추씨를 파먹고 있다니.” “그런데 그것뿐만 아니고 며칠 전 고구마 밭에 가봤는데 이상하게 고구마 순이 시들어 있어.”

 

왜 그랬을까요?” “그래서 자세히 보았더니 누군가 고구마를 파먹은 것 같더라고.” “고구마를 파먹어요아직은 수확할 시기가 아닌데

누가 그런 짓을 했을까요?” “그런데 누구 이야기를 들으니 꿩들이 발톱으로 밭을 긁어 그렇게 파먹는다고 그러네.” “꿩들이 정말 파먹는다고요?”

 

글쎄 그렇다니까 그것들이 땅속에 고구마가 있는 줄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으나 발톱으로 긁어서 파먹는다고 그러더라고.”

세상 살면서 별의별 이야기를 다 듣지만 새들이 고추 끝을 쪼아서 씨를 빼먹고 또 발톱으로 밭을 긁어 고구마를 파먹는다는 이야기는

 

오늘 처음 듣네요그런데 그 정도로 새들이 영리하면 앞으로 농사도 짓지 않을까 생각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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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계절을 알리는 가을답게 들녘에 누렇게 익어가는 벼들이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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