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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의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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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02-24 16:19 조회71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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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가루의 추억

 저녁 식사를 하려고 주방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집사람이 식탁에 비닐을 깔고 그 위에 콩가루를 부은 다음 넓게 펼치고

비닐봉지에 들어있는 찰떡을 붓더니 다시 손바닥으로 펼쳐 콩가루가 골고루 묻게 한 다음 칼을 이용하여 한입 크기로 자르고 있었다.

 

 

그래서 “그건 무슨 떡이야?” 묻자 “웅치 동생이 ‘묵은 찹쌀이 있어 떡을 했는데 너무 많으니 형부 드리라!’며 세 덩어리를

놔두고 가데!” “그랬어? 그런데 방앗간에서 떡을 하면 콩고물을 묻혀 주지 않는가?” “콩가루를 가져가면 그렇게 할 수도 있는데

 

 

방앗간에서 하다 보면 사람들도 많은데 복잡하니까 그냥 집으로 가져와서 하는 거야.” 하면서 “맛있는가 보라!”며

떡 한 조각을 콩가루를 묻혀 입에 넣어 주었다. “맛은 있는 것 같은데 콩가루가 어째 별로 고소한 맛이 없는 것 같네.”

 

 

“그게 작년에 빻은 거라 그럴 거야! 그러면 올해 쓰려면 다시 빻아야겠네.” “그걸 어디에 쓰게?” “명절 때 찰떡 하면

콩고물로 쓸 수 있고, 여름에 콩 국수할 때 고소한 맛이 중요하니까 있어야 하고, 또 요리할 때도 사용하니까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것이

 

 

훨씬 좋지 않겠어?” “그렇기는 한데 콩은 있어?” “지난번에 웅치 동생이 준 것도 있고 또 강원도 동생이 보내준 콩도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어!”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선배님의 이야기가 생각나기 시작하였다. 그러니까 며칠 전 선배 한 분과

 

 

보성읍 5일 시장을 지나오는데 어디선가 ‘동동구루무 한 통만 사면 온 동네가 곱던 어머니 지금은 잊혀진 추억의 이름 어머님의

동동구루무’라는 노래가 흘러나와 나도 모르게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자 선배께서 “자네 동동구루무가 무엇인지 안가?” 물었다.

 

 

“제가 아무리 어리다고 동동구루무가 무엇인지 모르겠어요?” “그게 무엇인데?” “제가 알기로는 저쪽 시장 입구 쪽에 영감님

한 분이 커다란 북을‘둥! 둥!’ 치면서 ‘동동구루무! 이 약! 쥐약! 빈대, 벼룩 약!’하고 외치다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으면

 

 

‘어? 이 사람들이 안 사가네! 그러면 누가 아순가 보자!’ 하다 누가 ‘구루무 잔 주씨요!’ 하면 뒤쪽에 조그만

찬장 같은 곳에서 동그란 통을 꺼내 주걱으로 구루무를 덜어낸 다음 비닐봉지였던가 아니면 기름먹은 종이였던가 하여튼

 

 

그런 곳에 담아주었던 것 같거든요.” “자네도 그걸 알고 있었네!” 하더니 “그때가 우리가 제일 힘들었던 시절 1960년대였거든,

그런데 그 시절 설날이 다가오면 집 집마다 가래떡을 뽑아 떡국으로 차례를 지냈고, 찰떡이나 시루떡은 일부 잘사는 집이 아니면

 

 

해 먹기 힘들었지만, 그래도 조상님 제사상에 올릴 떡은 꼭 준비를 해서 차례를 지냈기 때문에 그런대로 나는 떡 구경은 하고

살았는데 명절이 지나고 나서 우리 마을 누구네 집에 친구를 따라 놀러 가면 친구 어머니께서 찰떡을 화로에 올려 구워주면서

 

 

‘이것 꿀을 찍어 먹어라!’ 하시는데 그걸 꿀을 찍어 먹으면 정말 기가 막히게 맛있는 거야.” “그게 그렇게 맛있던가요?”

“정말 맛있다니까 특히 그 시절에는 웬만한 집은 비싸서 먹을 생각도 못했던 꿀을 찍어 먹는데 맛이 없었겠는가?

 

 

그런데 가끔 친구가 하얀 쌀밥에 콩가루로 밥을 비벼 먹는데 이 친구가 나는 주지 않고 저 혼자만 먹는 거야.”

“그러면 약이 오르셨겠네요.” “그랬지! 그러다 어쩌다 한 수저 얻어먹으면 얼마나 맛이 있던지 혀가 목으로 넘어갈 지경이야!”

 

 

“그러면 나중에 콩고물에 밥을 비벼 드셔보셨어요?” “그런데 아무리 해봐도 그때 그 맛은 나오지 않더라고.

지금 생각해 보면 배고픈 시대에 살다 보니 모든 게 다 맛있었지 않았는가? 그런 생각이 들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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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2월 11일 촬영한 제가 살고있는 보성 녹차 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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