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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치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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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류상진 작성일24-03-16 13:34 조회58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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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와 치매

 그제 밤 아무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온 동장군(冬將軍)은 어제 종일 몸이 얼어붙을 정도의 시리고도 차가운 바람을 쉼 없이 쏟아내며

온 세상을 돌아다니더니, 어젯밤 늦게부터 하얀 눈을 수북이 내리며 심술을 부리는데 시골 들녘의 까치는 무엇이 그리 좋은지

 

 

온 동네가 떠나가도록‘까~악~깍’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편백 숲길로 접어들었을 때

옆 동네에 살고 있는 선배 한 분이 옆 사람이 들릴락 말락 구령을 붙이며 힘차게 걸어오고 있었다. “오늘도 수고 많으시네요.”

 

 

“동생들 벌써 산에 다녀오는가?” “벌써가 아니고 오늘은 형님께서 조금 늦으신 것 같은데요.” “그런가?”

“그런데 요즘 운동을 너무 과하게 하시는 것 아닐까요?” “내 생각에는 별로인데 다른 사람이 보면 과하게 보일 수도 있을 거야.

 

 

그런데 이렇게 하다 어느 날 갑자기 ‘푹!’ 쓰러져 그대로 조용히 가버렸으면 정말 좋을 것 같아서 그리되도록 열심히 하고 있네!”

“그런데 형님처럼 건강하신 분이 어느 날 쓰러지기야 하겠어요?” “그러나 사람 일은 모르는 거야! 우리 사촌 동생은

 

 

어느 날 아침 장모님께서 전화하셔서 ‘김 서방 오늘 바쁜가?’ ‘안 바쁜데 왜요?’ ‘아니 우리 집 작은 방에 전깃불이

안 써진단 마시 그랑께 이따 와서 그것 손 좀 봐주소!’ ‘아니 장모님은 왜 자꾸 저만 일을 시키세요? 처남들도 있는데!’

 

 

‘와따아~ 우리 아들들이 자네 절반만 하문 안 시키것는디 멋을 아는 것이 있어야 시키든지 말든지 하껏 아닌가?

그랑께 이따 잔 와서 봐 주소 잉!’ ‘예! 알았어요. 조금 이따 갈게요.’하고 처가 집에 가서 형광등 같은 전등 기구가

 

 

이상 없는지 모두 살펴보고 수리하고 집에 왔는데 그날 밤 갑자기 장모님이‘돌아가셨다.’ 하더라는 거야!” “그러면

왜 갑자기 돌아가셨을까요?” “그때 동생 장모님 나이가 팔십 팔세인데 갑자기 돌아가시니 집안에서 난리가 났을 게 아닌가?

 

 

그래서 자초지종을 물으니 저녁 식사까지 맛있게 하시고 숭늉까지 드시고 난 후 얼마되지 않아 갑자기 ‘으째 내가 숨이

안 쉬어진다!’ 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미처 손 써볼 시간도 없이 그대로 가시더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제수씨에게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시니 정말 서운하셨겠네요. 그러나 어머니 나이도 그렇게 적은 나이도 아니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다른 노인들처럼 치매니 뭐니 그런 것 하나 없이 저렇게 깨끗하게 계시다 가시니 자손들에게도 큰 선물을 주신 겁니다.’

 

 

했더니 ‘그것은 저도 알고 있는데 워낙 갑자기 일어난 일이라 저희도 어안이 벙벙하네요.’ 하시더라고!” 하자

옆의 후배가 “실제로 저의 먼 당숙 뻘 되는 분은 런닝셔츠 바람에 바지 위에 팬티를 입고 징징거리며 온 마을을 돌아다니더라고요.

 

 

그래서 ‘왜 그러시냐?’ 물었더니 ‘우리 애기 엄니가 나를 내 불고 으디로 도망 가부렇는 갑다!’ 며 찾고 다니는데

당숙모는 봄이면 논이나 밭에 오죽 할 일이 많습니까? 그런데도 치매를 앓고 계신 분이 무엇을 알겠습니까? 그러니

 

 

당숙모께서 아침 식사가 끝나면 당숙께서 드실 점심상을 차려놓고 ‘밥은 으디가 있고 국은 숱에 있응께 떠다가 잡수씨요.’ 하고

밭에 나가시면 하루 종일 들일을 하는데‘옛날 치매 오기 전에는 당숙께서 모든 일을 다 알아서 하셨는데

 

 

지금은 세 살 묵은 애기만도 못하다!’하는데 그 시절에는 요양원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옛말에 사람이 낳는 것 보다 죽는 것이 더 힘들다! 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 맞는 말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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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24년 3월 13일 촬영한 생강나무 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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